우리나라는 직업란에 자영업이라고 적는 사람이 유달리 많은 나라이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OECD 평균 1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외국의 경우 자영업자의 비중은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숫자 증가 추세가 뚜렷하고,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에서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났다. 학력별로 보면 고학력자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이러한 통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서 방출된 가장들이 음식점이나 소매점 등을 열면서 자영업에 대거 진출한 것을 드러낸다. 자영업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제조업의 고용이 줄고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기도 한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인구 140명에 음식점이 하나이고 미국은 인구 416명에 하나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79명당 하나 꼴이다. 이러니 대다수의 음식점이 돈 버는 것은 차치하고 월세나 연금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대형화된 전문업체와의 경쟁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칫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영세 자영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첫째, 구직자에 대한 진로상담기능을 강화하여 자영업의 위험을 알림으로써 ‘준비 안 된’ 자영업 진출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자영업 창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에서는 경쟁이 이미 지나치게 치열하다는 사실을 예비 창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준비된 창업’이 되도록 공공기관이 사업계획서의 작성을 도와주고 그것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고용안정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컨설팅서비스와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활한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부문에서 방출되는 노동력은 선진국에 비해 그 비중이 과소한 사회서비스업이나 보건의료 부문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서비스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무리 없이 직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안정과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직업교육 및 훈련시스템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우 제한적인 실정인데, 앞으로는 이들의 참여를 늘리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영세 자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점에 대비한 재래시장 또는 영세 소매점의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상품조달, 물류, 재고관리, 상품정보 제공, 고객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등 마케팅의 혁신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수백만에 이르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컨설팅서비스, 시장정보 제공, 직업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는 전달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러한 서비스가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렇지 않다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마케팅 혁신, 고객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직업훈련에 대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자영업의 규모가 외국에 비해 많고, 자영업이 어렵고 사업실패의 위험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주의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임금근로자로의 취업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자영업 위기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높은 성장과 임금피크제 등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서 임금근로 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있다. ‘사오정’이나 ‘오륙도’가 아닌 육오일(육십오세까지 일한다)가 된다면 자영업의 위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채희율/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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